더비, 더비 매치는 라이벌 팀 간에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를 말하는데, 특히 축구계에서는 연고지가 같은 지역의 두 팀이 치르는 경기를 뜻합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다양한 더비 매치는 격렬한 라이벌 구도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데, 오늘은 그중 하나인 토트넘 홋스퍼 FC와 아스널 FC의 북런던 더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런던 더비의 시작
북런던 더비는 잉글랜드 북부에 연고지를 둔 축구 클럽인 토트넘 홋스퍼 FC와 아스널 FC 간의 더비 매치를 말합니다. 아스널은 최초에 '울위치'에 지역 연고를 두고 있었으나, 1913년 토트넘 인근으로 연고지를 옮기게 되며 라이벌 관계가 시작됩니다. 두 팀의 경쟁 구도가 심화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1914-15 시즌 풋볼 리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해당 시즌 1부 리그에서 토트넘은 20위로 최하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당시 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시기였어서, 전쟁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리그가 재개되며 풋볼 리그 측에서는 1부 리그 참가팀을 20개에서 22개 팀으로 늘리기로 결정합니다.
참가팀이 늘어나며 리그 측에서는 투표를 통해 1부 리그 추가 승격팀을 결정하기로 하는데, 아스널은 2부 리그 5위로 시즌을 마감했음에도 투표를 통한 승격을 노리고 당시 구단주가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결국 1919년 1부 리그에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두 팀 중 아스널이 투표에서 승리하며 승격을 하게 됩니다. 토트넘은 이로 인해 2부 리그에서 뛰게 되었고, 두 팀의 라이벌 관계는 이 사건과 더불어 이후 벌어지는 추가적인 일들로 인해 더욱 격렬해지게 됩니다.
두 팀간의 선수 이적
토트넘과 아스널은 계속 좋지 않은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팀 간 선수 이적도 굉장히 드물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1년 토트넘 팬들에게는 충격적이게도 토트넘의 주장이자 구단 유스 출신인 주전 수비수 솔 캠벨이 아스널로 이적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당시 캠벨은 곧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으나 재계약을 미루고 있어 토트넘 서포터들은 불안해 하고 있었고, 이적 사실이 어느정도 기정사실화 된 후 캠벨은 라이벌 팀인 아스널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캠벨은 자유계약으로 토트넘에게 이적료 한 푼 안겨주지 못한 채 아스널로 이적합니다.
당시 아스널에서 뛰던 주요 선수들도 캠벨이 아스널로 이적한 것을 듣고도 믿지 못할 정도로 이는 매우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습니다. 캠벨을 영입한 후 아스널은 해당 시즌에 리그와 FA컵을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고, 아스널 팬들은 캠벨 이적 사건을 악용하여 토트넘 팬들을 조롱하며 두 팀의 악연은 깊어져 갔습니다. 이후 2003-04 시즌에 벌어진 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널은 토트넘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기며 우승을 확정 지었고, 이 시즌이 바로 아스널이 리그 무패 우승을 달성했던 역사적인 시즌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과의 인연
토트넘과 아스널 두 팀은 모두 대한민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깊은 팀들입니다. 토트넘에는 이영표 선수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활약했고, 2015년에 손흥민 선수가 합류하면서 국내에서 더욱 인지도가 높은 팀이 되었습니다. 아스널에서는 박주영 선수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뛰었습니다. 우리나라 축구계에는 잉글랜드 축구처럼 격렬한 서포터 문화나 라이벌 관계가 없다 보니 북런던 더비를 경험했던 이영표 선수가 토트넘으로 이적하게 된 손흥민 선수에게 관련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스널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토트넘 지역까지의 거리는 약 4km인데, 원정 경기를 마치면 토트넘 선수들은 이 거리를 통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토트넘 선수들을 라커룸에서 몇 시간 동안 대기를 해야 하고, 이 대기 시간 동안 밖에서 경찰들이 양 클럽의 팬들을 모두 해산시킵니다. 팬들이 흩어지고 난 후에도 선수들이 탄 버스를 경찰 차량 5-6대가 호위하며 거리의 신호를 조절하여 정차하는 시간 없이 버스가 통과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선수단의 버스를 기다리던 아스널 팬들은 온갖 물건들을 버스에 던져 위협할 정도로 양 팀의 열혈 서포터들은 상대 팀에게 적대심이 강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손흥민 선수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폭력적인 행동은 물론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어서는 안되지만, 두 팀의 서포터들이 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북런던 더비를 더욱 재밌게 관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